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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팅 & 투자

아트 컬렉팅 입문 ㅣ 지하철로 작품을 실어 나른 부부와 쿠사마를 할부로 산 직장인

by artstrollnote 2026. 4. 7.

안목이 머무는 곳, 그곳이 미술관이다.

미술품 가득한 전시장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저 그림, 누가 살까?
예술을 소유한다는 건 특별한 사람들만 누리는 리그가 아닐까?"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저 그림, 나는 왜 못사?”

 

가상의 아트 컬렉터 룸-ArtStrollNote
가상의 아트 컬렉터 룸, AI 생성 이미지

 

목차

1. 지하철로 실어 나른 뉴욕의 조각: 도로시 & 허버트 보겔 부부
2. 자동차와 '롤렉스' 대신 미술을 선택한 월급쟁이: 미야츠 다이스케
[에필로그: 우리가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이유]

 

 

물론, 누군가에게 아트 컬렉팅은
치밀한 데이터 분석과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차가운 투자의 영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트 컬렉팅의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작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컬렉터들은

화려한 대저택의 주인들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처럼 매일 아침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퇴근길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평범한 이웃들이다.
그들은 남다른 재력가가 아니라,

전시장 한켠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품 한 점에 온 마음을 빼앗겼던 '진정한 애호가'들이었다.

 

예술을 삶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끌어당겼던 두 명의 컬렉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평생 차 한 대 없이 지하철로 그림을 실어 날랐던 뉴욕의 노부부,

그리고 월급을 쪼개어 할부로 인생의 ‘설렘’을 샀던 도쿄의 직장인이다.

 

내가 이들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컬렉팅을 ‘얼마나 비싼 작품을 샀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자신의 삶 안에 들였는가’라는 관점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아트 컬렉팅이란 거창한 자산 증식으로의

빡빡한 여정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온전한 나를 품을 수 있는 내 안의 작은 우주를

만들어가는 낭만적인 여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 지하철로 실어 나른 뉴욕의 조각: 도로시 & 허버트 보겔(Dorothy & Herbert Vogel) 부부

 

Herbert and Dorothy Vogel 부부와 그들의 컬렉션-ArtStrollNote
Herbert and Dorothy Vogel ⓒ Bernard Gotfryd, via Wikimedia Commons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일 것.'
'
택시나 지하철을 타고 직접 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
'
그리고 약 12평 남짓한 자신들의 아파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허버트 & 도로시  보겔 부부의 작품 구매 조건은 단순하면서도 분명했다. 뉴욕시의 우체국 직원이었던 허버트와 사서였던 도로시는 컬렉팅을 시작할 당시, 이 기준에 맞는 작품을 하나씩 사들였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소유하기 위한 작은 작품을 찾아다닌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겔 부부는 솔 르윗(Sol LeWitt)이나 리처드 터틀(Richard Tuttle) 같은 당시 새로운 미술을 보여주던 작가들을 비롯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다녔다. 새로운 미술을 접하고,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을 사는 과정 자체를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들이 평생 모은 작품을 한 점도 팔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이유는 작품 하나하나가 작가와 나눈 대화와 애정이 남아 있는 '삶의 조각'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마음에 남은 전시의 리플렛을 하나씩 모으듯, 보겔 부부는 함께 자신들이 만난 예술가들의 작품을 삶에 차곡차곡 남겨간 것은 아닐까.

 

Fountain-Richard Tuttle 作-ArtStrollNote
Fountain, Richard Tuttle  作, 1965 ⓒ Richard Tuttle  출처: WikiArt.org (Fair Use)

 

 

그렇게 모인 작고 소중한 ‘삶의 조각’들은 50여 년 동안 4,000점이 넘는 거대한 컬렉션이 되었다.
이후 부부의 컬렉션은 미국 국립미술관(NGA)에 인도되었고, 2008년에는 ‘Fifty Works for Fifty States’ 프로그램을 통해 2,500점이 미국 50개 주의 50개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2. 자동차와 ‘롤렉스’ 대신 미술을 선택한 월급쟁이: 미야츠 다이스케(Miyatsu Daisuke)

쿠사마 야요이 作, ⓒ Edoardo Matteoni on Unsplash

 

보겔 부부가 작가를 찾아다니며 오랜 시간 컬렉팅을 이어갔다면,
미야츠 다이스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믿고 자신의 삶 안으로 들여왔다.

 

일본의 평범한 회사원 미야츠 다이스케는 1994년 어느 날, 남들과 조금 다른 곳에 자신의 돈을 쓰기로 했다.

당시 그의 동료와 친구들이 자동차나 원룸 아파트, 롤렉스를 구입할 때 미야츠가 선택한 것은 미술품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보고 한눈에 반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쿠사마의 1950년대 초반 드로잉을 구입했고, 여름과 겨울 두 차례의 보너스를 모두 사용해 작품값을 마련했다. 그렇게 시작한 컬렉팅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고, 그의 삶에서 예술은 단순히 소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되었다.

 

특히 1996년,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1965년작《Infinity Net》대형 회화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자신의 연봉이 넘는 가격이어서 한 번에 대금을 치르기 어려웠고, 급기야 갤러리와 분할 지급 방식으로 작품을 소장했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결코 가벼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과감하게 결정했던 것이다.

 

차근차근 안목을 키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지켜보던 미야츠는 쿠사마 야요이에게 거울을, 나라 요시토모에게 그림을, 다른 작가들에게 집의 일부가 되는 작품을 의뢰했다. 집 자체를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내가 미야츠의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는,
컬렉팅이 단순히 작품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고, 그 취향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에게 ‘좋아하는 작품을 소유한다’는 경험은 컬렉팅을 계속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고, 결국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취향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있었기에 때로는 과감한 선택도 할 수 있었고, 그 선택을 자신의 삶 속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에필로그: 우리가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이유]

누군가는 이들의 컬렉션 이야기를 듣고 ‘로또’ 같은 행운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훗날 수천억 원의 가치가 거론될 만큼 커 컬렉션을 보며, 나도 언젠가 그런 컬렉터가 되기를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보겔 부부는 작은 작품을 하나씩 모으며 작가들과 만남을 이어갔고, 미야츠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위해 때로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훗날 얼마의 가치가 되었느냐 보다, 처음 어떤 작품에 마음이 움직였고 왜 그것을 자신의 삶에 들였느냐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트페어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고 해서 당장 구매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둘러보며 내가 왜 그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무는지 생각해보자.

‘
만약 저 그림이 내 거실에 걸린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그 질문에서 시작된 작은 관심이, 어쩌면 나만의 컬렉팅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나를 닮은 작품 한 점’이 걸린 거실-ArtStrollNote
‘나를 닮은 작품 한 점’이 걸린 거실, AI 생성 이미지

 

*ArtStrollNote는 당신의 안목이 일상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모든 순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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