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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부산 추천 전시 ㅣ 워너 브롱크호스트(Werner Bronkhorst), 미니어처 인물화

by artstrollnote 2026. 8. 6.

브롱크호스트의 미니어처 세상을 읽는 즐거움

‘강렬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잘 디자인됐다’
여름 휴가철, 부산 해운대 바닷가 바로 옆.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약 2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SNS에서도 큰 관심을 받아온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온 세상이 캔버스’전.

 

브롱크호스트는 테니스 코트, 골프장, 농구 코트 같은 일상의 공간과 장면을 소재로 한다. 거친 표면의 질감과 선명한 색감, 그리고 캔버스 곳곳에 질서있게 배치된 작은 인물들.

 

브롱크호스트의 화면은 전체 구도의 균형감으로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기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록 그 안에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된 세계가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실 세계를 작가 자신만의 질서로 캔버스 안에 재구성한 미니어처 세상을 들여다 보았다.

 

워너 브롱크호스트_온 세상이 캔버스 2026_전시회 포스터-ArtStrollNote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 전시회 포스터 이미지, © Werner Bronkhorst, 출처: GROUNDSEESAW

 

목차


디자인적인 감각이 먼저 다가온 화면

전시를 보는 내내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물들이었다.

 

브롱크호스트의 인물들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서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표정을 읽을 수도 없다. 각자의 개성보다는 화면 속 하나의 요소처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배치된다.

 

전시장 전경, ‘Forbidden Grass 섹션’-ArtStrollNote
전시장 전경, ‘Forbidden Grass 섹션’, 작품 속 공간을 실제 전시장으로 확장해 관람객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 코트의 선과 수영장의 레인, 골프장의 넓은 잔디처럼 배경 역시 일정한 방향성과 질감을 유지한다. 우연히 만들어진 장면이라기보다 철저히 계산된 화면처럼 느껴졌다. 마치 하나의 그래픽 디자인이나 잘 정돈된 공간 디자인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캔버스 속 일상을 확장 연출한 전시 공간

이번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공간 연출도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 전경, ‘Crack 섹션’-ArtStrollNote
전시장 전경, ‘Crack 섹션’, 작품 속 공간을 실제 전시장으로 확장해 관람객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거울과 암벽 같은 벽면 연출은 관람객이 작품 속 공간 안으로 들어온 듯한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였다.

 

처음에는 다소 과한 연출처럼 느껴졌지만, 돌아보면 작품과 공간 모두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 브롱크호스트의 작업을 전시장 전체로 확장한 연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이 캔버스’라는 전시 제목처럼, 캔버스 속에 담겼던 일상의 공간이 다시 전시장으로 확장, 재현되어 있었다.

 


로스코와 호크니를 떠올리며

전시장에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도 있다.

Let’s clay-by Werner Bronkhorst-ArtStrollNote
Let’s clay, Acrylic and Acrylic Polymer on Canvas, 41x31cm, 2025, © Werner Bronkhorst

 

특히 로스코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색면 구성의 테니스 코트. 작가는 과거 파리에서 로스코의 작품을 직접 마주한 적이 있으며, 로스코의 추상 작품으로 현실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테니스 코트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에게 로스코의 색면은 형태나 구성보다 감정과 명상에 가까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로스코의 추상화에서 테니스 코트를 상상하고, 다시 그 위에 실제 경기를 펼쳤던 페더러와 조코비치를 화면 속 작은 인물로 배치한 브롱크호스트의 방식은 흥미로우면서도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반면 이 작품을 통해 오히려 브롱크호스트가 세상을 캔버스로 가져오는 방식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추상적인 색면에서 현실의 공간을 발견하고, 익숙한 일상의 장면을 다시 자신의 질서 있는 화면으로 구성하는 것.

이것은 내가 그의 작품에서 반복해서 보았던 것 그의 작업 방식이다.

 

Mockney-by Werner Bronkhorst-ArtStrollNote
Mockney, Acrylic and Acrylic Gel on Canvas, 31x41cm, 2024, © Werner Bronkhorst

 

호크니의 「Pool with Two Figures」를 오마주한 작품에는 두 성인 남성 대신 소년 둘을 배치했다.

 

전시장 설명에는 어린 소년의 동경을 통해 꿈과 현실의 간극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작품 앞에 선 나는 그 서사보다 눈 앞에 그려진 화면의 균형과 색감, 그리고 인물 배치의 정돈된 구도가 더 인상적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 오마주를 미술사에 대한 재치 있는 대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호크니의 익숙한 장면을 브롱크호스트만의 미니어처 세계로 재구성했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내가 본 브롱크호스트

브롱크호스트는 자신만의 강한 시각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과 질감, 반복되는 인물의 배치, 그리고 절제된 화면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작품 속 작은 인물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투영하며 이야기를 읽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처럼 화면의 리듬과 질감, 디자인적인 완성도에 먼저 시선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전시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보이는가’를 인상깊게 남겨준 전시였다.


✅ 전시 정보 한눈에 보기

전시명 ㅣ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

장소 ㅣ 그랜드 조선 부산 4층 전시장

전시 기간 ㅣ 2026. 5.22~10.25

관람 시간 ㅣ 10:00~19:00

관람료 ㅣ 18,000원 (10~12시 조조 할인: 9,000원)